‘용기 있는 자가 미인을 차지한다’는 옛말은 인류가 존재한 이래부터 지금까지도 유효한 진리다. 여기서 미인이란, 정말 미인을 가리킬 수도 있겠지만 ‘모두가 원하지만 갖기 힘든 것’ 정도로 치환할 수 있을 것이다. 하지만 여기서 잠깐. 우리가 미인을 갖고 싶은 마음이 얼마나 간절한지 점검해 볼 필요가 있다. ‘하늘을 스스로 돕는 자를 돕는다’는 말까지 보태 설명하자면, 절박함 없는 이에게 이 같은 인생의 행복이야 주어질리 만무하잖은가. 디자이너 김상헌 씨라면 또 모를까.
용기 있는 그대, 사표를 날리셨다고.
네, 그렇습니다.
직장을 그만 두셔야 했던 거죠? 선택에 만족하시는 거구요?
그만 두어야 한다고 믿었죠. 1인 회사를 운영하는 것과 직장 생활의 가장 큰 차이점은 스스로 목표를 만들어야 한다는 것입니다. 직장 다닐 때는 그 날, 혹은 앞으로 처리해야 할 일에 대해서만 생각했다면, 지금은 먼 미래의 제 모습을 반복적으로 상상하고, 실현시키기 위해 매일을 성실히 살려고 노력합니다. 직장인일 때는 편안함을 추구했는데, 지금은 스스로 ‘스트레스’를 찾고 있습니다. 그것이 가장 큰 차이인 것 같아요.
▲ 서울디자인페스티벌 신예디자이너 소개 페이지 (http://designfestival.co.kr/?page_id=1253#/%ea%b9%80%ec%83%81%ed%97%8c-kim-sang-heon)
도대체 디자인이 뭐기에.
‘자신만의 독특한 감정과 색깔로 공동의 목표를 달성하기 위한 세상과의 커뮤니케이션’을 디자인이라고 생각합니다. 물론, 디자인이 비즈니스에 솔루션을 제공해야 한다는 관점으로 보면 위험한 발상이죠. 그래서 브랜드에 대한 분석은 치밀하게 하는 일을 충실히, 디자인은 전략적 방향 안에서 직관적으로 접근하려고 하고 있습니다. 이 과정에서 저만의 색깔이 드러나는 것 같습니다.
<에이치이오엔>이라는 1인 디자인 회사를 차리셨어요.
제 이름의 마지막 글자인 ‘헌’의 영어 철자가 회사의 이름이 됐습니다. 특별히 회사 아이덴티티를 정하고 일을 하고 있지는 않고요 다만 지금까지 프로젝트들에세 ‘에이치이오엔만의 색깔 입히기’를 해왔다고 할까. 제품 본질에 대한 접근을 통해 이야기를 만들어가려는 게 제 회사의 특징이라고 할 수 있겠습니다.
▲ 에이치이오엔 홈페이지 (http://www.heoncompany.com/)
전업 디자이너로 산다는 것, 힘들지 않다면 거짓말?
그 사실이 힘들지 않아요. 가장 힘든 건 제가 처음부터 디자이너가 아니었기 때문에, 전공자가 아니기에 겪는 태생적 한계죠. 하지만 스스로 찾아 배운 것들은 머리가 아니라 ‘몸’에 남는다는 것을 알고 있기에 기껍게 부딪히고 있습니다.
클라이언트를 얻는 노하우가 있을 것 같아요
나만이 할 수 있는 디자인을 보여주는 것? 이번에 서울디자인페스티벌에 전시할 때도 저는 저만의 디자인 색깔과 브랜딩 능력을 보여주는 데 초점을 맞춰 부스를 디자인했습니다. 제가 진짜 커뮤니케이션을 하고 싶었던 클라이언트들은 에이치이오엔이 무엇을 하는 회사인지 이해하시고, 많은 관심을 가져주셨습니다. 앞으로도 단순히 ‘예쁜 것’을 찾는 것이 아닌 ‘에이치이오엔’만의 감성과 느낌이 필요한 분들이 계실 것이라 믿고 있습니다.
가장 마음에 들었던 브랜딩 작업은 어떤 것이었는지요.
‘이씨네 버네너’요! 프로젝트 목표는 ‘제주도에서 바나나가 길러지고 있다는 것을 알리자’였는데, 충분히 달성됐어요. 거기에 농장주 분께 농장 투어 비즈니스도 연결시켜 드렸죠. 프로젝트 자체가 인기를 많이 얻기도 했고, 즐거운 작업이 될 수 있어 기뻤습니다. 이 밖에도 남자를 위한 비누 컨셉인 “남자의 샤워는 just 5 minutes”나 시간을 선물로 생각하자는 컨셉으로 달력을 월별 패키징한 “12가지 선물”도 좋아하는 작업입니다.
▲ 이씨네 버네너 프로젝트
▲ 12가지 선물 패키징
디자이너를 꿈꾸는 사람들에게 응원 한 마디를 부탁드린다면.
제가 응원을 받아야…(웃음) 우리 같이 회사를 운영하는 디자이너들은 그 회사의 가치관과 철학이 가장 중요하다고 생각해요. 그런 것 없이 남들이 하는 것을 좇다 보면 정말 수많은 디자인 회사들 중에 하나가 될 수밖에 없어요. 그 부분만 명확히 하고 우직하게 자신의 길을 걸으면 분명 우리들의 ‘디자인 색깔’을 필요로 하는 분들과 만나게 되시리라 생각합니다.
글. 염은영 에디터 (sophistella@naver.com)
이미지. 김상헌 디자이너 (hello@heoncompany.com)